휴가를 내어 광화문으로 나섰어.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간다는게 의미가 있을까 모르겠지만 갈 수 밖에 없었어. 돌아오는 길이 걱정되었지. 행여 마음속 구멍이 더 크게 뚫리지나 않을까하는 마음이었어.
광화문 너머에서는 영결식이 이루어지고, 전광판에는 화면이 나왔어. 그렇지만, 스피커는 없었다. 어디선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비현실적인 울림 빼고는.
저 시각 오전 11시 54분. 전경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어. 그 넓은 광화문 거리는, 지하 광장 공사로 뜯어놓고, 그나마 진입하지 못하도록 폴리스 라인을 쳐두고는, 전경들이 인도로 밀려와.
시민들과 말다툼이 붙었어. '남의 장례식에서 무슨 행패냐' 저 너른 도로를 놔두고 인도로 병력이동한다는게 이해가 안되었어. 저 애들은 벌써 제대로 장비를 갖췄어. 뭔가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고 봐. 우리들이 지금 싸우러 왔는지, 슬퍼하러 왔는지.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 속에 전경들은 대로로 이동하게 되었어.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네. 너무 전위적이야. 차는 인도로 가고, 사람은 차도로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 주변은 연령층이 꽤 높았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눈에 많이 띄였어. 시민의 차분함과 전경의 대오가 이질적이었다.
사진에는 잘 안잡혔지만, 광화문 입구앞에는 전경 버스들로 담을 세워 뒀어.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조문객들이 광화문 안으로 뛰쳐들지나 않을까 겁먹었던 것 아닐까.
영결식중에도 그 밖에는 명박산성이 쳐져있던 것이지. .
버스들의 끝을 따라가다보면 아까 배치된 전경들의 모습이 나와.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저 시꺼먼 복장위에 조그마한 리본이라도 하나 다는 것이 방패보다 효과가 좋았을 거라고 말이야.
버스가 이동해서 입구를 열었어. 이제... 영결식이 끝났나봐.
주위가 숙연해졌어. 지금이 어떤 순간이라는 걸 모두 떠올린거야. 구름이 나타나 땡볕을 가렸어.
콘보이 경찰차량들이 나오고...
우리 대통령의 영정이 보였다.
영구차가 소리없이 나타났어.
사랑합니다. 크게 외쳤다. 다시 한번 사랑합니다.
누군가의 경험담에서처럼, 까맣게 썬팅된 창문을 내리고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나왔어. 지금이 현실이구나. 조문할 때도 난 현실감이 안들더라. 말도 안되잖아. 퇴임한지 1년 밖에 안 지난 대통령이... 그것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핍박받다 죽는 그런 현실은 말도 안되는거 아닌가? 한국사에서 그런 역사를 찾으려면 매우 매우 오래 전으로 내려가야해. 일단 꼬장꼬장한 유학자들이 깔린 조선시대는 건너서 생각해야 할거야.
그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도 영구차가 주는 그 압박감에 현실이 되어버려.
행렬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새 사람들이 여기저기 가득 차 있어.
내가 존경하는 우리 문변의 얼굴. 언제 다시 사람좋은 너털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뒤이어 오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모습들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며칠 새 10년은 늙어버린 그 슬픔의 모습들. 여태까지의 사진도, 느린 행진중 어쩌다 한 장씩 찍은 거라는 걸 알아주시길.
이 때 쯤 폴리스라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도 모르는 새 그들과 같이 광화문 거리를 내디뎠어. 언제 다시 이 길을 걷게 될까. 수 년이 걸릴까. 수 십 년이 걸릴까.
핍박받다 돌아가신 이순신 장군과, 멀리 보이는 핍박 전문 정론지 사이로 영구 행렬이 지나갔어.
걷다보니, 이제야 내가 얼마만한 인파들 사이에 있는지 슬슬 감이 잡혔다. 아침에 광화문 앞에서 기다릴 때만 해도, 평일이니 많은 분들이 못나오지 않을까하는 멍청한 예측을 했었어.
이 많은 인파가 그 흔한 구호한번 외치지 않았다. 이를테면 독재타도 같은 것. 오늘 간간이 터진 외침은...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사람들은 작정을 했나봐. 대통령을 아무 걱정없이 보내주고 싶어서... 정말 통합 속에 품위있는 국민장이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나봐. 그곳에는 단지 슬픔만 있었어.
아 무장한 전경도 있었구나. 쟤들 왜 있는 건지 모르겠어. 차가 막혀서 집에 못가고 있는 거 아니니? 니들이 있을 시간과 장소가 아니란다. 혹시나, 자잘한 도발로 '폭력 군중이 장례식을 망치다.' 이런 헤드라인 뽑아내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 음모론 권하는 사회다.
저 군중들 사이에서, 가끔씩 흘러나오는 통곡소리들, 그리고 벌건 눈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블록을 내려왔어. 저 만장너머 대통령이 누워있다.
저 멀리 보이는 청와대. 어느새 거대 인파의 중앙에 서 있다. 오늘 김제동씨의 사회는 좋았다. 그도 오늘 나처럼 위로받았기를 바란다.
노제는 시작되었고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많은 인파들 사이로 수 많은 사람이 지나갔지만,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장애인의 휠체어가 한 대 지나갔는데, 비켜주세요 한마디 할 때마다 홍해처럼 수 미터가 열리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오늘 본 또 다른 낯선 모습이다.
오늘 정말 많은 흐느낌을 들었다. 정말 많은 이들의 '사랑합니다' 외침을 들었다.
초혼제의 한지조각이 하늘 가득 퍼져갔다.
한 여름에 내리는 눈.
그래.
노무현은 한 여름에 내리는 눈 같은 존재였다.
모두가 폭염에 시달릴 때, 우리 마음 속을 순식간에 적셔버린 사람이다.
언제나 기대가 컸다.
그라면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게 아니다.
어떤 누구도 헤쳐 나갈 수 없는 길을 그만은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노신 선생이 이런 말을 했다.
길이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니다보니 길이 되었다고.
노무현이 걸어나가서 생긴 그 오솔길을 이제 우리가 걸을 것이다..
그래서 상식이 병목현상을 일으키지 않는 제대로 된 길들을 만들 것이다.
노란 천이 펼쳐진다.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