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8일
서울역 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퇴근길 발길이 향했습니다. 원래는 시청앞 시민 추모제를 가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퇴근 무렵 뉴스를 보니 여전히 빗장을 걸었더군요. 자연스레 발길은 서울역을 향했습니다. 사당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던 참이었는데 지하철이 10여분을 서 있습니다. 흐릿하게 들리는 방송을 귀담아 들어보니, 총신대역에서 사망사고가 있은 모양입니다.
"사망사고로 인하여 정차중이오니 급하신 승객께서는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Record_2009_05_27_20_29_36.mp3
아, 두가지에 놀랐습니다. 하나는 직설적으로 '사망'이라는 단어를 골라낸 무심한 방송과, 그 무심함에도 표정변화없는 승객들에게 놀랐습니다. 이제 일상이 되었나 봅니다. (돌아와 뉴스를 확인하니 다행히 추락자는 사망하지 않았더군요. )
그렇게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카메라를 꺼내들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한동안 줄을 서다 보니 오늘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줄 서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새치기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줄 설 곳을 피해다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줄 끝을 찾으러 가는 길이 아득합니다. 줄을 선 후 뒤를 돌아보니 3~4분이 흐른 것 같은데 제 뒤에 수 백 명이 서 있습니다. 저처럼 회사일 마치고 나선 듯한 직장인 분위기입니다.


상념에 빠졌습니다. 노짱이 탄핵당했을 때 모인 사람들처럼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같이 서 있는데 표정은 그 때와 다릅니다. 그 탄핵당시 아무도 우리가 질 거라고는 생각 안했습니다. 조금 더 거슬러 2002 대선. 정말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했었지요. 노무현과 함께할 때는 그렇게 든든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앞사람 뒤통수가 아닌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위는 침묵합니다.
이렇게 긴 청중이 한참 기다리고 있으면 노무현이 보이던 행동이 있었어요.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조금은 벅찬 표정으로 싱거운 농담 한마디 던지셨을 텐데. 그러면 항상 우리는 하하하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

정부가 만든 역사박물관 분향소가 아닌 시민 분향소지만 알차게 잘 꾸몄습니다. 10시 정각 사람들은 줄의 끝은 여전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국화꽃을 영전에 바칠 때가 되니 머리속에 캄캄해집니다.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거짓말 같은 순간입니다. 묵념을 하셔도 좋고, 큰절을 올려도 좋다는 안내가 있자, 모두가 큰절을 합니다.

상주를 마주하는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문짝.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서 봤던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그 문성근씨가 아닙니다. 며칠 새 초로의 노인처럼 힘들어 보였습니다. 여러 말들이 목구멍에 얼어붙었습니다. 역시 상주로 있던 이창동 전 장관. 그 시절에는 문화관광부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게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강금실 전 장관도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집에 오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지하철에서 붙인 찌라시를 바라보니 누가 낙서를 해놨습니다.
"최선의 길은 과도하게 높은 임금을 삭감하는 것입니다! 근무시간 연장을 통한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대환영!"
비꼬는 소리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일까 갸웃거리며 집으로 왔습니다.
다녀오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줄 서 있는 동안, 봉하행 KTX를 타고 싶다는 생각 가득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 by | 2009/05/28 00:0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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