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빠의 생각

이오공감에 떠오른 연대글들을 읽다보면 손가락이 간질간질하다. 뭐라 댓글을 달아보려다, 이내 마음을 돌린다. 반쯤 적은 글을 보면 스스로가 참 한가하고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난 노무현 지지자다.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오래된 노빠다. 사람들은 이런 노빠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한 걸음만 다가와보면, 뻔히 보일텐데 말이다. 지난 몇년간 노무현의 생각은 명확했다. 최소한 지난 3년간은. 그러니 그 생각들을 들춰보고, 같이 고민해보는게 노빠의 일이다. 숙제다. 기나긴 숙제.

노무현은 현실 정치인 유시민이 화려한 테크닉으로 지지율을 확확올려, 다음 대선에서 덜컥 당선되는 것을 원했을까. 그렇지가 않다. 정치하지 마시라. 당신 책을 쓰시라.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다음 서울 시장 후보로 유시민을 보지 않는다. 한참 집필중일 노무현 평전 저자로 그를 보고 있다.

노무현의 마지막 생각은 최소한의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마타도어 좋아하는 인간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신자유주의자로서, 서민 경제는 어떻게 파탄시키고, 양극화는 어떻게 심화시키며, 재벌 경제는 어떻게 흥하게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지냈을 듯 싶다. 참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손가락을 간지럽히는 이유다. 그 다음 생각은, 사람들이 참 공부 안한다. 공부 참 안한다. 그런 거다.

민노-진보당에게 가장 큰 재앙은 뭘까. 다음 대선에서 노회찬, 심상정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축포가 꺼지기도 전에 비극은 다가온다. 그들의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기 전에, 탄핵 표결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들의 권력 아래에서도, 여전히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국회에서 계속 찍어낼 것이다. 양극화. 뉴욕에서처럼, 런던에서처럼, 뭄바이에서처럼. 그들의 집권하에서도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 문을 나서는 순간, 부엉이 바위로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호사가들은 말할 것이다. 진보당의 신자유주의 시대였다고.

노무현의 무능력으로 인한 자업자득일 뿐 일반화하긴 무리인 이야기일까. 참. 편리하다. 정말 학습효과가 없다. 걱정스럽지만, 그렇게 공부안하기 때문에 가정이 실현될 일은 없어 보인다.

노무현의 마지막 생각은, 진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진보가 다시 집권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것들이었다. 진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진보 대통령이 뽑히면 어떻게 되나. 행정부의 수장이 된다고 뭐 하나 바꿀 수 있나. 시장권력의 수장보다 행정부의 수장이 힘이 더 좋은가. 국회의 권력과 시민단체의 권력과 언론의 권력은 모두 적들의 것인데. 공중에 붕 뜬 부유 권력의 수장이 뭘 할 수 있는가. 강력한 대통령, 이명박의 생각이 어느날 180도 바뀌었다고 해보자. 한나라당에 맞서, 조중동에 맞서, 재벌에 맞서 싸워 그가 이길 수 있겠는가. 권력의 지형이 바꼈다. 이 틀에서 어떻게 진보정권이 재창출되고, 재창출된 진보정권이 권력까지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 고민을 노무현이 던져주고 갖으니, 나는 그런 걸 공부한다.

그러니. 신자유주의자 노무현. 이 코드로 풀어나가는 글들을 보면 아연할 수 밖에 없다. 사회의 모든 잘못은 대통령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저들에게선 정말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고민이 있는가. 어떤 플랜이 있는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왜 진보인지, 그 코드마저 어렴풋 확인하기 어렵다. 정말 알기 어렵다. 노빠, 유빠라는 비난 속에서만 색이 선명해진다. 너무 선명해서, 노빠, 유빠들의 표는 한표도 건지지 못할 만큼 선명해진다. 차라리 다행스럽다.

by 분도 | 2009/12/22 09:43 | 트랙백(2)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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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삽군난무붑샤의 휘황찬란.. at 2009/12/22 17:02

제목 : 당연히 우리의 것이었던 가치를 되찾아라.
http://www.ddanzi.com/news/6938.html 이글은 위의 글에 대한 반박이다. 참고로 난 진보신당 당원도,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그냥 머릿속이 좌파형인 인간이고 서울시장으로는 노회찬을 지지한다는 것을 밝혀둔다. 이글 쓴 사람은 조금 착각하는것 같은데,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목표는 집권이 아니다. 그리고 반 MB도 사실 목표로 잡고 있지 않다. 그런건 진보에게 있어 중간과정일 뿐이다. MB를 패배시키는것이 지금 제일 중요하니 ......more

Tracked from 삽군난무붑샤의 휘황찬란.. at 2009/12/22 17:06

제목 : 연합을 이야기 하기전에 먼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이글은 구도는 노빠 vs 진보가 아니다. 여기에 대한 답변 입니다. 이거 독투는 답변쓰는게 안되는가벼... 답변을 쓰고 싶지만 안되는거 같으니 걍 글을 따로 글 쓰련다. 사실 나는 노빠, 유빠 VS 노회찬빠, 진보신당빠 VS 민주당빠의 구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노무현 지지자 중에도 상당수의 노회찬 지지자가 있고, 노회찬 지지자 중에도 유시민 지지자가 있을거라 생각해. 경제부분을 제외하면 가치관이 상당부분 겹치거든. 그만큼 ......more

Commented at 2009/12/22 12: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분도 at 2009/12/22 12:24
정치가가 가고 나니, 정치꾼들만 남은 세상입니다.
Commented by 시간 at 2009/12/23 00:34
요즘 몇몇 진보를 자처하는 블로거들 보면 빨간 색안경을 못 버리는 ㅈㅅ일보 떠올라요. 오히려 더 교활하고 더 악랄한 거 같기도 하고.
Commented by 시간 at 2009/12/23 00:37
노회찬씨가 서울시장 선거 나오나보죠? 참여정부 5년간 했던 짓들 기억하는데... 우리집 표 몇 장은 그리 갈 일 없겠네요.
Commented by bluesoup at 2009/12/23 06:50
'저 이상주의자들도 정권 한 번 잡아봐야 현실정치가 이상대로 돌아가진 않는구나 하고 절감하겠지! 지들은 얼마나 잘하나 보자!' 싶다가도, 지난 대선 즈음에 반 농담으로 'MB가 당선되봐야 MB 찍은 서민들이 정신차리지 쯧쯧 한 번 망해봐야돼'라고 툭 던졌던 말이 저주 아닌 저주가 되서 돌아온 게 식겁해서 말이죠;
그네들에게야 노무현의 5년이나 MB의 5년이나 그게 그거겠지만요.
탄핵 이전에 경선 레이스 중후반부터 유력하던 그를 흔들어대던 민주당의 누구누구씨들이 여전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꼴을 보면 눈에서 불똥이 튀나올 지경이라 민주당도 찍기 싫고 거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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