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빠? 흠... 원한다면 되어준다.

어느 애플빠와의 대화 그 후기 Session 2.

몇 년 전 오디오북을 열심히 들은 적이 있다. 대개가 MS-DRM이나 NET-SYNC같은 DRM으로 보호되어 있다. 내가 쓰던 MP3는 MS-DRM을 써야 했다. MP3파일을 구입해 본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MS-DRM은 MS Media player 그것도 어느 수준 이상의 버전에서 DRM을 풀고 재생할 수 있다. 무슨 이야기냐면 내가 내 돈주고 구입한 음악을 들으려면, 윈도우를 깔고 MS Media player를 업데이트하란 이야기다. 대안? 대안은 없다. 윈도우 계열을 무슨 대안의 젖과 꿀이 흐르는 것처럼 묘사한 분도 있지만. 대안이 없기에 구입해서 지금껏 못들은 음반도 있다. (애플도 물론 DRM이 있다. Fair play.) 


무슨 말을 하고 싶냐하면, 대안이 있는 기기와 대안이 없는 기기로 편가르기를 하는 게 너무 생뚱맞다는 거다. 윈도우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건드릴 수 있다? 커널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빙빙 돌아간 프로젝트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내가 프로그래머가 아니기에 같이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이 구라친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 설득력있는 좋은 핑계거리 아니겠는가. 그 내용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속살을 감춘 MS가 MSDN에 온갖 설명을 방대하게 하기 시작한 것 아닌가. 정말 윈도즈가 개방적이라 생각하는가. 애플 목줄이 채워진 걸 모르고 있다고 빈정거리는데, 애플 사용자들은 애플에 얼마나 종속적인지 잘 알고 있다. 최소한 개방적이라고는 생각안한단 말이지. 


그리고 하드웨어. 드라이버 지원을 안해서 못쓰는 기기들. 그런 기기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맥용 드라이버를 공급한다. 왠만한 USB기기중 맥용으로 쓰지 못하는 거 별로 없다. 국내에 맥기기들의 비중이 그렇게 작지만, 맥지원기기들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하드웨어 드라이버는 하드웨어 제작사가 지원해줘야하는 거 아니던가? 이게 왜 애플의 폐쇄성 문제와 결부되는지 모르겠다. 


아이팟 싱크. 아이튠즈로만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하물며 맥에서도 iTunes외에 아이팟에 싱크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대안들이 수두룩하다는 거다. 게다가 써드파티 프로그램들은 다 각자의 방식으로 싱크를 한다. 나는 iBank, Voodoopad, Omnifocus 이 세 프로그램을 맥과 싱크한다. 각각 가계부, 데스크탑 위키, 일정관리 프로그램이다. 그런 것을 싱크하면서, 내 스마트폰을 회사에서 싱크시킬 때를 떠올려본다. 액티브 싱크, 그리고 모바일 디바이스 센터라는 프로그램만을 써야 한다. 프로그램의 크기치고는 너무나 더딘 싱크 타임으로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대단한 프로그램들이다. 웃긴 것은 이 프로그램의 맥버전은 없다. 미싱싱크라는 써드파티 프로그램을 구입해야 한다. 액티브싱크는 MS의 사유 프로토콜이며 MS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놈이다. 내 주변에 모바일 디바이스 센터외에 다른 대안을 써서 싱크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iTunes가 불편할 수도 있다. 난 MS에 대한 호불호도 없는데, 윈도우 기반의 특정 프로그램은 매우 싫어하고 또 어떤 프로그램은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애플 딱지 붙은 모든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글을 읽어보면 iTunes가 싫기 때문에 애플의 모든 프로그램이 싫다는 뉘앙스다. 이런 사고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싫기 때문에 싫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iTunes방식의 파일정리 난감할 수도 있다. 아이리버의 파일매니저나 멜론이 더 편한지는 잘 모르겠다. 윈도우 탐색기로 관리하는게 더 편하고,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관리하는게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 10년 MP3를 써왔기에 하드 디스크에 담긴 MP3가 5천곡이 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지금 듣고 있는 곡이 마음에 들어, Genius로 비슷한 취향의 음악만 듣고 싶다거나, 내가 가장 많이 재생한 음악만 듣고 싶다거나 할 때, 윈도우 탐색기로 그 과정을 얼마나 쉽게 구성할 수 있을까. 최소한 버튼하나 눌러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프로그램 컨셉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단순한 음악 관리와 다채로운 음악 재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가 편하면 하나는 어렵게 된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쉽게 듣게 만들어주고 관리까지 쉬운 mp3가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당연히 쥰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 플레이어를 써서 싱크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개발자로서 애플을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속된 개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파릇파릇한 조카가 독립 개발자가 되겠다고 할 때 박수 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프로그래머의 야근과 고단함, 생계불안과 어두운 미래에 대해 충고해줄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어디 한가지 언어만 알면 생계가 보장되던가.  구루수준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래머와 종종 술을 마신다. 경험과 지식, 실력으로는 어딜가나 인정받을 사람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취직하기 어렵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은 프로그래머가 실무에서 뛰기 힘든 사회다. 최근 2년간 그 아저씨의 수익은 한해 1억은 넘고, 2억은 안된다. 앱스토어 때문이다. 수직적인 외주에서 수평적인 써드파티 활동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MS도 앱스토어같은 생태계를 건설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다. 지난 20년동안 MS본사에는 달라의 강이 흘렀다. 하지만 내가 개발사에서 일하며 MS를 접한 것은, 기업형 패키지로 비주얼 스튜디오와 윈도우를 싼 값에 쓸 수 있어 고맙다고 생각되었을 때 뿐이었다. 애플은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써드파티와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철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겠나. 개발자 워너비 조카에게, 애플의 개가 될 것이라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앱스토어 등록비 10만원과 150만원짜리 맥북 하나 사줄 용의가 있다. 먹고 살아야 개발을 할 수 있고, 기타라도 튕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써브컬쳐 좋아하는 이글루에도 앱스토어 시스템, 소비자-개발자간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서 먹고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iTunes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걸 감안해줬으면 좋겠다. 복잡한 음악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컨텐츠 원클릭 구매 프로그램치고는 간결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MS가 SK가 KT가 구글이 그만한 시장을 만들어 준다면 어디에라도 박수칠 수 있다.

by 분도 | 2010/02/01 14:17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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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ristyn at 2010/02/01 16:35
DRM-free를 판매하기 시작한건 아마존이 아닌가요? 이에 위협을 느낀 애플이뒤따라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아니라면 하나 배운거구요 ^^;
Commented by 분도 at 2010/02/01 16:49
아마존이 DRM free를 먼저 판매한 것이 맞습니다. 당시 상황이 복잡해 제가 착각을 했네요. 잡스가 EMI곡을 DRM해제하고 판매하겠다고 한 후, 아마존이 선수를 쳤습니다.
Commented by MANIAC at 2010/02/01 17:17
아이튠이랑 퀵타임 분리하는 방법이라도 좀...
-악의제국 ESPN Podcast 땜에 아이튠을 못치우는 사람-
Commented by 스트롱베리 at 2010/02/01 17:47
Commented by 스트롱베리 at 2010/02/01 17:43
얼마전 X모사의 최신형(이라고 광고하는) 복합기를 구매했는데 왠걸, Win7 과 SL 드라이버를 "공식적으로" 미지원하더군요.(고생문 열리는 소리가...)
어찌어찌 해보니 프린터는 잡았는데 스캐너 드라이버 문제로 Win7에선 구동(프린터마저)을 포기(..) SL에선 서드파티 어플을 통해 스캐닝까지 성공했습니다. 물론 사용 편의성을 위해 가상화로 설치된 XP를 소환해서 해피엔딩~ 해피엔딩~(응?)

드라이버 호환성 가지고 개방성 논하는게 웃기지만(...) 이번 경우엔 어쨌든 OSX의 승리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요?(썩소)

PC 계열 노트북, 애플 계열 노트북, 애플 계열 데스크탑, 리눅스 계열 서버를 운용(이라 쓰고 질렀다고 읽는)하고 있으니 굳이 이번 키배에 끼어들 필요 없이 재밌게 쌈구경 하면 되는 입장인데..^^; 가끔 울컥하게 만드는 분들이 계시네요. 아하하
Commented by 비로그인이라죄송 at 2010/02/01 19:21
이런건 더이상 중요한게 아닙니다

이젠 그저 깔 대상이 필요한것뿐

실체도 없는 친북좌빨까듯이 그저 까는것뿐입니다.

어짜피 이글루스에서 새로 깔만한 대상이 나타나면 까는것도 그만할겁니다 아마
Commented by 분도 at 2010/02/01 19:47
인신공격은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소리쟁이 at 2010/02/01 20:19
말이 길어지다 보면 핀트가 어긋나는게 많죠.
일일히 수습하는 것도 힘들고..
결국 논외가 논제가되고 그에 반론이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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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제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반박도 못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
더 조심해야겠군요.
Commented by Empiric at 2010/02/02 13:57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개발자분과 술을 마셨는데, 앱스토어에 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마소 빠들은 그런거 전부 무시하고 빨갱이 딱지붙이는거마냥 까는거죠. 별 근거도 없이 까고 조롱하는 글이 밸리를 며칠씩 점령하는것을 보니 그저 답답합니다. 뭐라고 하니까 그냥 귀막고 눈감고 말 꺼내지도 못하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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