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둘러싼 이글루 키워.

작년이던가 집 근처 초라한 돈가스집 단골이 되었다. 이글루에 글을 적진 않고, 서브 컬쳐 조사차 가끔 눈팅이나 할 때였다.. 주말마다 들러 냠냠 맛있게 먹곤 했다. 두달 지나, 아직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의 지하실형 돈가스집이 이글루에서 화제가 되었다. 자리가 꽉차, 때때로 허탕을 치기도 했다. 이때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돈가스 집이 워낙 좁고, 지하실이다보니 옆자리 대화가 귀를 콕콕 찌른다. 화제가 독특했다. 어느 닉네임을 열심히 씹고 있다. 이글루를 안쓰는 친구와의 식탁인지라, 혼자 클클 웃으며 밥을 먹었다. 그런데, 매주 다른 사람들이 다른 닉네임을 씹는 것 아닌가. 한달가량이었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당시에는 비판적인 생각보다는, 낯선 이국땅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닉네임으로 호칭을 대신하는 건, 회사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다. 한 10년 전부터 닉네임으로만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식당에서 인터넷상의 누군가를 안주로 삼는 것은 낯설다. 


며칠 전 문득 깨달았다. 아. 그게 이글루의 문화구나. 작년에 나는 문화충격을 받은 것이었구나. 누군가를 비틀고, 뒤집어 신랄하게 까는 것은 이글루의 주요 스포츠다. 야구, 축구, 피겨보다 더 인기종목이다. 라커룸의 선수들처럼 까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불똥이 살짝 튀면 언제라도 총알같이 나가 사정없이 까고 본다. 한 쪽에서는 불똥을 튀기기 위해 부싯돌을 갈고 있다. 까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들의 역치는 높다. 매일매일 화제를 바꿔가며 단련해왔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보면, 철천지 원수라고 생각할지 모를 정도다만 어떤 이들의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그리고 게임의 룰이 있다. 우리 팀과 상대 팀이 존재하고, 그 중간은 없다. 심판이 없는 데쓰매치인데, 죽는 사람은 일년에 한둘 나오는 안전한 게임이다. 


유행하는 애플빠와 애플까를 보자. 이글루 게임을 보기 전의 내 생각은 이랬다. 


애플빠.

애플을 10년이상 쓴 사람들은 윈도우보다 불편할 때부터 감안하고 구입했다. 현실을 초월한 측면이 있으니 설득할래야 설득이 안된다.

(로컬라이징 문제도 심각했고, 엘렉스 시절부터 비싼가격과 형편없는 AS는 유명했다.)


애플까. 

이통사와 제조사에선 타겟층도 겹치니 블로그 마케팅 한참 신경썼고, 블로그엔 특정 제품의 흥보요원들이 매우 많다. 

아이폰 비판 포스팅중에는 월급받는 사람들의 글이 많을 것이다.


난 이 두 그룹의 아웅다웅으로 생각했다. 저럴 경우엔 논쟁이 절대 커지지 않는다. 전자는 옴니아 흥보요원으로 자기 이름 팔아먹은 사람들처럼, 돈받고 하는 일이니 욕 안들을 정도로만 살짝 잽만 날리고 이미지 관리를 한다. 그래야 다음 건수가 들어올 것 아닌가. 후자는 뭐랄까, 그래 도도하다. 훨씬 큰 불편과 야유를 겪어봤기 때문에 초연한 것이다. OS9 시절엔 야유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XP시절로 들어오면서, 윈도우 계열은 일취월장했고, 상대적으로 애플 제품의 퀄리티는 갈수록 나빠졌다. 지금은 겉만 번드르르하지 싸구려 부품으로 단가 절약한게 팍팍 티가 나는 것이다. 


그랬는데, 며칠 전 빠와 까의 글을 하나씩 읽다보니,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글루의 까는 알바생이 아니다. 이글루의 빠는 애플을 몇 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선수들은 잊혀지기 전에 볼을 한 번씩 차야한다. 그리고 진영은 확실히 갈라야 한다.


애플빠.

애플 제품을 종교적으로 광신하며, 다른 제품은 싸잡아 비하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런 사람들 보기 어렵던데, 어디서 봤는지 궁금하다. 애플 커뮤니티에선 애플 제품의 불편함과 활용법들, 때때로 신제품에 대한 기대들만 나눌 뿐이다. 구태여 윈도우가 맥보다 나빠요라는 소리할 이유가 없다.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글루 키워의 특성상 설정한 가상의 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애플까.

전자를 까는 사람들. 옴니아 흥보 직원들보다 더 열과 성을 다한다. 이 걸로 책 한 권 낼 분량 적은 유저들도 몇몇 보인다. 그래프도 동원되며, 당연히 신랄하다. 상대를 광신도라며 비판하며 돌맹이와 아이폰을 비교한 표를 좋아한다. 이 비판이 제갈량 쌈싸먹듯 정교해도 부질없다. 왜냐하면 실체가 없는 집단을 향한 공허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이 좋다고 글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개 5분 전에 아이폰 개통한 사람들이다. 자랑할 정열이 있고, 시간도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애플빠인가.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광신도가 되려면 몇 달은 지나야하지 않을까. 아이폰 국내 출시된 것도 이제 막 두달이 지났다.


이글루에서 설정한 것말고, 현실의 애플빠 스펙트럼을 따져보면 대충 이렇지 않을까.


1. 스티브 잡스 사랑해요. 5%

2. 애플 제품이면 꼬박꼬박 사는 사람. 10%

3. 애플 제품에 애증이 있는 사람. 15%

4. 아이폰으로 애플을 접한 사람.  20% 

5. 주변에서 아이폰 좋다니까 구입한 사람. 비싼 돈주고 샀는데 까니까 기분나빠. 50%


내 주변에는 거진 3번인데, 댓글달만한 여유는 없는 사람들이다. 저 중에서 광신도라고 할만한 사람은 1번. 그런데, 그네들이 인터넷에 옹호글을 쓸까? 윈도우 유저에게 애플 논쟁은 낯선 것일 수도 있겠는데, 맥유저에게는 10년 전부터 연중행사로 있어온 일이다. 했던 소리 또 하면 지겹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글루 키워의 룰은 1~5까지, 그리고 논쟁에 관심없는 말없는 그룹까지 광역으로 깐다. 게임의 룰을 모르는 사람들은 말려들기 십상이다.


이글루 키워에도 장점이 존재한다. 재밌다. 남 뒷담화처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으랴. 이글루의 파워블로거들중에는 수시아님처럼 까기로 전문적인 영역을 갖춘 분들이 있다. 망콘콘의 글들도 재미있었다. 글 내용보다 다양한 매체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하지만 단점은 치명적이다. 먼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사글을 쓰는 어떤 블로거는 좀 안타깝다. 그분이 말하는 바는 모두 공감하는데, 이글루방식으로 경계가 확연한 것이 부담스럽다. 그 글에 반대하는 이가 읽으면, 바른 정보보다 조롱만이 뇌리에 남을 것이다. 긍정적인 방향이었으면 성과가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았을 텐데. 들인 공이 보이기에 안타깝다.


다음은 더 심각한 문제인데, 비판할 일도 비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불똥이 튀면 바로 게임의 룰을 적용하다보니, 중간은 없다. 막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다. 적당한 비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미지 관리를 하게 된다.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조차, 흠흠 헛기침만하고 펜을 내려놓는다.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론,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키워의 질이 낮아지는 것이다. 상대를 향해서도 상투적인 표현만을 쓰게 되고, 결과가 빤히 보인다.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참여하다보니  금새 식상해진다. 재미가 없다. 재미있자고 하는 키워질인데, 재미가 없다. 


문득, 아침 시간, 잠 깬다고 잠깐 컴퓨터앞에 앉았다, 쓰잘 데 없는 낙서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by 분도 | 2010/02/13 10:22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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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dge at 2010/02/13 11:45
덕분에 저는 10년 전 부터 맥을 쓰셨고 지금은 아이폰 쓰시는 저희 아버지를 맥빠라고 불러도 그닥 기분나쁘진 않습니다(뭐 욕먹는건 인터넷에서 빌빌거리는 것들이고)
Commented by 파란양 at 2010/02/13 12:49
10년전 부터 맥 써봤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식상한 배틀이자 내용인지라...

사골게리온보다 한술 더뜨는 재탕에 삼탕에 우려먹은 소재..
Commented by 달려옹 at 2010/02/13 13:04
사실..비판 내용이 아이팟이나 아이폰 인텔칩셋채용 맥들, 요새나오는 배터리 일체형 랩탑들 아이패드에 이르기 까지 별 차이가 없이 동일한 내용을 비판한다는 것도 특징이죠...
Commented at 2010/02/13 13: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냥이 at 2010/02/13 13:56
실체가 없어보이는 애플빠는... 대다수 익명의 틈에서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지요.

제가 쓴 포스팅 중에서 아이폰 3Gs의 CPU가 옴니아2보다 좋다. 라는걸 굵은 글씨로 강조한게 있는데,
거기에 달린 몇몇 댓글이... 왜 아이폰 CPU가 더 좋은데 나쁘다고 썼냐? 너 컴맹이냐? 이런식...

얼마전에는 모토로이 신제품 발표회 후기를 썼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의 꽤 많은 수가, 그래봐야 아이폰이 짱(<- 정말로 이런 식), 아이폰보다 못하네, 아이폰 어쩌고 저쩌고 등등등...

애플이라서 무조건적인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 의외로 많습니다.
Commented by SouL at 2010/02/13 14:18
위에서 말씀하신건 그런 분들이 애플"빠" 일리가 없잖아!
라고 하시는것 같은데요 ^^;
Commented at 2010/02/13 13: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로리 at 2010/02/13 14:03
당장 케이머그 가도 황당한 분들이 많던데요... 음.....
Commented by ㅋㅋ at 2010/02/13 14:50
이분이 거기 가보셨으면 이런글 못쓸듯 ㅋㅋ
이글을 읽다보니 이광수의 무명이 생각이 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원똘 at 2010/02/13 14:57
그 황당한 분들이 바로 4, 5번 이십니다.
케이머그도 맥이 Power PC칩 일때만 해도 그런 분들 별로 없었는데...
저 조차 케이먹에서 그런 황당한 분들 보면 "제발 쫌..." 하는;;;
Commented by 로리 at 2010/02/13 16:13
솔직히 잡스 복귀 전의 파워 맥 시절에야 진짜로 비싼 제품이라는 이미지였고... 당시에 그걸 쓰는 분들이 좀 대인배 기질이 아니면 못 쓰긴 했지요..


그걸 떠나서 솔직히 케이머그의 몇몇 컬럼 번역만 봐도 황당한 것이 많이 보이던데요... GM을 잡스가 인수한다면... 같은 컬럼 글을 보면 애플빠다 라고 밖에 느껴지질 않아서..
Commented by 체리쥬빌레 at 2010/02/13 16:29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나름 at 2010/02/13 16:33
전 단지 사과가 입맛에 안맞을 뿐이죠...


그래도 일단 덧글은 달게 되더군요. 이런식으로.
개인적으로 짜증나는 건.. 어떤 폰이 내게 '정말'잘 맞는 건지 판단하기가 자꾸 헷갈려진다는 거죠. (제가 원하는 기능이라든가..기타등등)

...결론은 그냥 아직 2년된 슬라이드 2G폰 쓰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 같네요..
Commented by 트뤼프 at 2010/02/13 17:17
신호등의 아랫색 불빛의 블로그군요. 아무튼 애플빠를 많이 못 보신 것 같다고 했는데..
아마도 네이트 댓글 가시면 이런 댓글 많이 보실겁니다.
'1초만 써봐도 안다'
'이런 기사 보면 어떤 제품 사용자들은 웃지'
'터치감이 비교가 안되는데'
'만져본 적도 없는 놈들이 내가 쓰는거 까지'
'폐쇄성은 무슨, 앱은 개방적이다.'

...

뭐 여기까지..대충.
흐음.

덧. 제가 한때 10%정도 환빠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을때, 초록불 블로그에서 조롱의 빛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환빠의 블로그가 '우리 배달환국의 위대한 역사를 몰라보는 무지한 이를 계몽할려면 이저도 시크함은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이상한 태도를 가지긴 했었지만요.
Commented by S at 2010/02/13 18:00
제가 보기에는 "상대방을 까는 스포츠를 즐기는 패러다임"에 대한 글을 쓰신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앞서 답글을 다신 분들은 모두 "애플빠의 존재유무" 또는 "애플 제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신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이것또한 양쪽 진영이 얼마나 양극화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일려나요?
잘 읽고 갑니다. 키워 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
Commented by ㅉㅉ at 2010/02/13 18:49
"상대방을 까는 스포츠를 즐기는 패러다임"...패러다임의 뜻이나 알고 쓰는 말인가?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10/02/13 18:05
이글루에서도 충분히 애플빠들 많던데요
명백한 문제점을 얘기해도 "그건 애플의 철학이라 바꿀 수 없다', "그럼 사지마라", "안쓰면 된다"
..........이런식인거 한두번 본것도 아니고요-;;
그외에도 말도 안되는 얘기를 애플 옹호드립에 쓰는 사람들도 꽤나 보이더군요
가령 멀티태스킹 안되는걸 "배터리 안달으니까 좋잖아"
플래시 미지원을 "플래시 광고 안보니까 좋은거다".....이러면 사람 짜증나죠;;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0/02/13 18:17
이글이 이오공감에 올라간거 자체가 애플빠 간증이 아닐까
Commented by Q at 2010/02/13 19:12
애플도 좋은게 있고 나쁜게 있는데,

애플빠 이글루에 덧글달면 전 애플까가 되는거고

애플까 이글루에 덧글달면 전 애플빠가 됩니다.

빠와 까는 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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